Fascinated
네 가 나 를 간 절 히 열 망 할 때 ,
나 는 네 곁 에 존 재 하 리 라
한 연 > 여 인
인과 연, 연과 인 두 사람은 같은 학교 출신이다. 3살의 나이차이에도 두 사람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예중 - 예고가 으레 그렇듯 같이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구관의 연습실이었다. 신관의 공사가 완료되었고, 구관의 연습실은 거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탁하고 오래된 공간이었다. 연은 때때로 그러하듯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발레 연습을 했고, 들려온 피아노 소리에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자 인이 있었더란다. 어찌되었건, 그 만남 이후로 두 사람은 천천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연이 인에게 피아노를 쳐 달라 하면 인은 그럼 춤을 춰 달라 말했고, 연습실에서는 인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기 마련이었다.
또한 두 사람은 취향이 퍽 잘 맞는 축에 속했다. 때때로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으며, 공연이 끝난 후에는 카페에서 음료를 시켜 놓고 오늘 공연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기 마련이었다. 여 인은 한 연에게 토슈즈를 선물해 주었다. 처음 남에게 받은 토슈즈의 의미는 한 연에게 있어서 꽤나 깊은 의미의, 그런 것이라서, 한 연은 여 인이 준 토슈즈를 아직도 고이 보관하고 있다. 한번도 신지 않은 새것의 그 상태를 온전히 유지해놓고 말이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여 인이 죽은 날의 이야기이다.
한 연의 마지막 공연날이었으며 동시에 여 인이 연락을 끊은 날이었다. 가능했다면 매번 서로의 공연에 참석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여 인은 전화로 이번 공연 때는 못 갈 것이라고 말했고, 한 연은 알겠다고 대답했었다.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던 날,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온 몸을 잠식했더라, 여 인이 죽은 것을 안 후 한 연은, 여 인이 처음으로 주었던 토슈즈를 끌어안고 울고 말았다.
한 연에게 있어서 여 인이란, 자신이 기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