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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 연

Lee So Yeon

李 昭 姸 ( 밝을 , 예쁠  )

 

19 | Female High School Student|9 6 0 5 3 1 G E M I N I 

L    O    O    K

 

 

여자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사나운 고양이 같다는 것이다. 단정하고 단정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잘 놀것 같이 생기기도, 그 애매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정작 본인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딘가 몽롱해 보이는 분위기는 여자의 아이덴티티를 조금은 뚜렷하게 만들어 주는 것만 같다. 항상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안정적이기보다는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앞머리 없는 긴 고수머리는 가슴에서 조금 밑으로까지 내려온다, 본디 머리를 잘 자르는 편이 아닌지라 머리 길이 자체는 겨울방학때 보다 조금 더 길어진 모양새, 태생적으로 머릿결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 관리를 꽤나 하기도 해서인지 머리카락은 모 자체는 얇은 편이지만 결은 좋은 편이다. 보통 공부할 때에는 그 머리를 높게 포니테일로 묶고, 시력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오로지 집중하기 위해 안경을 낀다.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들이 많이 하는 일자형 눈썹이 아닌, 눈썹산이 꽤 두드러지는 아치형 눈썹과 쌍커풀이 없지만 세로로 길고, 옆으로 조금 긴 눈은 사나운 고양이 같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게 또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는 묘한 인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보통의 한국인과 같이 진한 갈색의 눈동자는 때때로 자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제 성미를 무척이나 잘,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속눈썹이 꽤 긴 편이어서 묘한 분위기를 주기도 한다. 

 

 

 

사람을 마주할 때는 큰 키는 아니지만 묘한 눈으로 상대를 내려다보는편, 스스로가 상대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일지도, 올  려다 보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예를 들자면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한정되어 있다. 

 

턱이 짧아 동글동글한 인상이 전체적으로 부각되는 편이지만 신체는 키에 비해 마른 편, 그렇다고 아에 볼륨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리 부각되는 편은 아니다. 전형적인 고양이상답게 올라간 눈꼬리, 눈 옆에는 작은 점이 있다. 사람을 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가볍게 웃고 있는 상태. 정확히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만들어진 미소.하지만 이 역시 자신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한정된 편이다.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한 성미가 그대로 드러나 무표정일 때가 많다. 피부는 보통 한국인보다 조금 더 흰 편이다, 건강하다기 보다는 창백한 쪽에 가까운 편이며, 때때로 진한 화장을 하지만 이 역시 학생 선에서의 화장. 현재 고3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모든 걸 생략하고 립밤(바이오더마)만 바르고 다닐 때가 많다. 립밤을 바르는 이유는 입술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잘 트기 때문에. 최근에 너무  말라보인다는 이유로 나름 '건강하게' 2kg를 찌운 축에 속한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쳐왔기 때문에 곧게 뻗고,긴 손가락에 꽤 긴 손톱. 겨울이 되면 늘 트는 손 때문에 고생한다. 손에는 이런 저런 잔상처들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손 자체는 유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정도, 어릴 적부터 부유한 집안 탓에 그리 힘든 일 없이 자라왔음을 증명하는 듯 하다. 그리고 고3의 여름방학 캠프 다음날에 자해했던 흉이 왼쪽 손목에 남아있다. 이를 가리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왼손에는 늘 흰색의 손목시계( 마크제이콥스의 MBM1254 )를 착용 중. 일전에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다. 

P  E  R  S  O  N  A  L  L  T  Y

 

까놓고 말하자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덕에 학생들에게는 꽤 좋은 성격으로 잘 포장되어 있는데, 속내는 제 친척동생인 아현에 대한 열등감과, 사랑받지 못하는 자괴감, 입학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불안감으로 가득차있다. 겉으로는 드러내려고 하지 않은 기질이 강한데, 이는 본디 사람에게 쉽게 기대는 성격이아닌 탓, 또한 타인에게 기대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하는 탓이 크다. 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때때로 어린아이같은 면을 보이기도 한다. 기숙사 침대 옆의 작은 서랍, 그 위에는 세 개의 약병이 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두통약. 수신고에 온 이래로 늘상 챙겨다니고, 자주 복용하는 것들. 이소연은 꽤나 히스테리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3이 됨으로써 정점을 찍었다. 다들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신 혼자 신경쓰지 않는, 단체생활에 있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을 혐오한다. 단체생활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아무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부욕이 강하며 목표한 것은 반드시 이루려는 성미, 또한 뒤쳐지는 것을 싫어한다. 지나치게 사교적이지도, 지나치게 내향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성격. 본디 내향적인 면이 강했으나, 겨울 방학 이후로 때때로 사교적이 되었다. 특히 그 멍에를 함께한 이들에게. 본인이 친한 사람들이라고, 제 선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들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여름방학 이후로는 그 선이 꽤나 넓어진 듯 하다. 밖에 나다니는 것보다는 집 안에서, 기숙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살가운 성격이 아니며, 타인을 잘 챙겨주는 것 역시 아니다. 어조 자체는 방학 이전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바뀌었고, 기숙사나 자습실, 음악실에서 자주 보인다. 피아노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취미, 일곱 살 이후로 꾸준히 쳤던 것이기 때문에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행위 역시 피아노, 하지만 최근에는 고3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지 못해 그만큼 더 예민해져있다. 수능이 끝나고서야 그 예민함이 풀어질 성 싶다. 두 번의 방학(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 이후로 함께했던 이들에게는 이전보다 확실히 웃음이 많아졌다. 때로는 능글맞은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도 보인다. 자신의 선 안에 유일하게 들어온 이들, 어쩌면 타인에게 보여지기 싫은 모습까지 그들에게 온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달라졌다면 달라졌고, 그대로라면 그대로이다. 3년 만기 알카트라즈. 그 속에 있는 자신은 과연 온전할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으며, 현재는 다른 것보다는공부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여전히 자신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라면 무관심하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혹은 아니기도. 핀트가 나갔을 때는 드물게 거친 어조가 나가지만 요 근래에는 거의 없다. 변화를 하기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 많은 시간들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나 공평한 척 하지만 이기적인 사람이다. 또한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에.이소연은 칼이라면 칼이 될 사람이고, 방패라면 방패이며, 방관자라면 방관자이다. 제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적이 되면 상당히 피곤한 스타일. 일처리는 뒤에서 조용히, 앞에 드러나서 하는 것은 후에 자신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 행동하지 않으며, 사람의 첫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고, 적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하는 편.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홀로 있을 때는 그 가면을 온전히 벗어내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여유로운 척이지, 여유로운 게 아니기 때문에.

 

O   T   H   E   R   D   E   T   A   I   L

 

1. 수신고등학교 前 전교부회장, 회장은 함께 방학을 보냈던 혜주였다.

 

2. 외가 쪽은 대대로 우리나라 법조계에 한 획을 그은 법조계 집안, 친가 쪽은 규모가 꽤 되는 기업가. 부모님과는 여전히 그저 그런, 서먹서먹한 사이이다. 그리 친밀하지도, 그렇다고 아에 남남 정도는 아닌. 여전히 부모님의 기대는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한 가지의 요소이다. 연락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하지만, 막상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얘기는 나누지 않는 편, 불안에 떠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쇼윈도 부부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하나의 인간으로써는 사회적 지위나, 그런 것들로 보아 존경할만하지만. 가족 구성원으로써는 절대 이런 사람이 되지는 않아야지 라는 생각이 강하다.

 

3. 시력은 양 쪽 모두 0.7. 엄청나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가끔 공부할때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경을 낀다.

 

4. 입이 짧다.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과 홍차. 그리고 가연이가 한 음식들. 본인은 음식을 꽤 하는 편이지만 귀찮아서 잘 하지 않는다. 가리는 음식은 거의 없고, 매운 것, 달달한 것 모두 좋아한다.기숙사 안에는 웨지우드 사의 얼그레이가 가득 놓여져 있다. 늘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에는 이전에는 아이스커피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홍초를 희석해 얼음에 넣고 다닌다.

 

5. 어쩌면 반쯤은 이미지 관리에 포기했다, 일단 고3이고, 공부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한다. 적어도 지금 자신에게 최우선적인것은 11월에 있을 수능이고, 그것을 위해 대비하는 것이니까. 평판은 좋은 편, 뒷담화를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닌 하나의 소문을 던진다. 그걸 물고 그 소문이 퍼지도록 하는 편이었기에 뒤에 주동자로 걸린 적은 없었으나, 1기 때 뒷담화의 주동자임이 걸린 것을 치부로 생각하고 있어 잊으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런 일은 없음. 더 정확히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때,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수신고는 부모님의 권유로 들어오게 되었다. 당연한 루트라고 생각하고 수신고에 입학했으며 1등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자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심리가 많이 불안정해짐. 원체 머리가 좋은 편이고 노력 역시 많이 하는 편이라 항상 전교 5등 이내의 성적.

 

6. 왼쪽 손의 중지에 끼고 다니는 반지의 안쪽에는 "Convictions are more dangerous enemies of truth than lies."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라는 니체의 명언이 적혀 있다. 수신고 입학 선물로 받은 반지. 반지를 준 이는 이모. 3년 가까이 끼고 다녀서인지 꽤나 오래 된 테가 나는 것 같다. 이 반지는 저 혼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친한 친구인 장예솔과 같이 하고다니는 것.

 

7. 피아노를 7살 때부터 쳐서인지, 실력이 상당하다. 약 12년을 쳤기에 그 실력 역시 상당하다. 타고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노력했기에 이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손에는 간간히 굳은살이 보인다. 한때 장래희망이 피아니스트였던 적이 있지만 불가능한 꿈이란걸 깨닫고는 곧바로 접었다. 여전히 유일한 취미인 것이 피아노. 고3 직전까지 공부할 때가 아니면 주로 음악실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공부를 이유로, 그리고 결국 방에 피아노를 놓아 이전보다는 적게 가는편이지만, 그랜드피아노를 치기 위해서 가끔 향한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취미이자 습관이다. 주로 공부할 때 자주 듣는 편. 플레이리스트는 일정하지 않다, 최근에는 팝송뿐만 아니라 한국 노래도 듣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중은 클래식 음악 쪽이 높다.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어느새 놓지 못하게 된다. 특히 수신고에 와서는 더더욱. 대학생 때는 가끔 시간날 때 피아노를 치다가. 졸업 후 취직 이후에는 거의 치지 못함. 한달에 두세번 정도 간간히 치게 됨.가장 좋아하는 곡은 주제페 타르티니(Giuseppe Tartini) 의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Sonata for violin and continuo, 'Devil's Trill' in G minor Op.1 No.4)

 

8. 서울의 모 여중 3년 내내 전교 일등으로 졸업 후 수신고 입학. 밤을 새서 공부하는 일이 허다하며,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가면서까지 공부하는편, 이 역시 수신고에 오고 나서 생겼다. 중학교 때는 밤을 새서 정도까진 아니고, 항상 그렇듯 열심히 했다. 좋아하는 과목은 문학과 한국사, 법과 정치와 경제. 다른 과목들도 잘 하는편(전교 3등) 이지만, 유독 문학과 사탐에 강하다. 좋아하는 작가는 이상, 문정희 시인. 하지만 책이나 시는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9.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나, 혹은 불안할 때가 되면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있다. 오래 전에 생긴 버릇이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편. 따라서 겨울이 되면 늘 입술이 튼다. 쓰고 있는 립밤은 바이오더마.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자해 시도. 때문에 손목에 자해를 한 흉터가 남아있다. 인에게 치료받았으나, 꽤 깊게 난 상처라서 흉이 질 수밖에 없었다. 손목시계로 가리고 다니는 중, 시계 모델은 앞에서 말한 마크제이콥스의 MBM1254.

 

10. 가지고 있는 소지품은 핸드폰, 책 모양 금고, 신경 안정제와 수면제,두통약. 늘 끼고 다니는 반지, 책 모양의 금고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함께 작년 겨울방학의 편지가, 모습을 유지한 채 그대로 있다.

 

11. 더위와 추위에 둘 다 약하다, 특히 더위에 약하다. 여름에는 에어컨과 차가운 음료 없이는 못사는 정도. 글씨는 적당히 간결한 글씨, 귀염성 있는 글씨체는 아니다. 피어싱 같은 것은 일제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어릴 적에 뚫었던 귓볼, 막히지는 않았으나 귀걸이는 아주 가끔 한다. 드물게. 현재 쓰는 샴푸는 미장셴. 그리고 향수는 플라워 바이 겐조. 은은한 향을 선호함. 

 

S  E  C  R  E  T

 

과거사 : 중학교 3학년, 아이를 따돌렸다. 이유는 그녀가 저를 지독히 싫어했기 때문. 사사건건 방해하는 꼴을 보기 싫어 계단에서 마치 그 애가 민 것처럼 넘어졌다. 이 일로 한동안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지만 가해자로 몰린 그 아이는 제 부모님의 입김 덕에 권고전학. 그 후로 2학기 때도 몇 번 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할 겸 적당히, 뒷담화 등 소문으로 몇몇 아이들을 따돌림시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 트라우마, 라기보다는 수신고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불안감. 늘 1등만 하던 아이들이 모여 재구성되는 등수, 그 속에서 자신은 상위귄이긴 했지만 항상 1등만 하던 자신에게는 어찌 보면 충격적인 점수였다. 고3이 된 이후에도 언제나 불안하다.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더더욱 공부에 매달린다.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그렇게 애써 왔고, 또 애쓰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서일까, 일종의 애정결핍과 같은 것이 있다. 영유아기의 애정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 사랑받고 싶었으나 사랑받지 못했다. 어릴 적 이후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특히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은연 중에,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행동이 드러나고는 한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여학생의 죽음에 대한 생각 : 그다지 별 생각이 없다. 일전에도 이주하라는 아이가 죽은 적이 있었고, 수신에서 그 무게감을 이기지 못해 죽은 아이들은 꽤나 되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 죽을 사람은 죽는 것이고, 산 사람은 사는 것이다. 아직 그런 것에까지 신경쓸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아. 굳이 말하자면, 선생님들이 바빠지겠구나. 하는 생각 정도. 그 여학생에 대해 반쯤은 안타까운 생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것들을 굳이 드러내려 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조금은 잘 되었다는 생각도 한다. 평소에 그 애에 대한 인식이 별로 안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를 이렇게 괴롭힌적이 있다 : 애초에 좋아하던 아이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민폐를 끼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한번 나쁘게 보이니 모든 것이 나쁘게 보였다. 같잖았다. 뒷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고, 자신이 손 댄 흔적은, 글쎄. 방관자인 척, 자신은 관여하지 않은 척. 정작 물꼬를 튼 것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남은 이유: 방학을 얼마 남기지 않고서, 제 방에 쪽지가 하나 왔다. 펼치자 마자 안에 있는 말에 그것을 그대로 구겨 휴지통에 넣었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잔뜩 튼 입술에서 핏방울이 흘러나왔다. 다시 휴지통 쪽으로 걸어가 쪽지를 주워들었다. 아,씨발. 입에서 거친 말이 서슴없이 나왔다.어차피 이 방엔 자신 혼자였고,쪽지야 신경쓰지 않고 집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책 잡힐 일이 없었는데, 어째서? 누가 안 거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난잡하게 널브러졌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쪽지를 곱게 펴, 책장에 있는 책 모양의 작은, 금고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집어넣었다. 불안감은 한층 덜해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누가. 도대체. 왜?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얼마 전부터 유난히 불안하곤 했다. 그리고 빌어먹게도, 좋지 않은 느낌은 언제나 그 결과를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이번 방학 때는.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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